캐나다에서 10년 이상 살아온 한국인으로서 많은 것이 한국과는 다름을 느끼며 사는데도 어떨때는 제가 북미대륙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을 정도로 이곳을 고향쯤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저는 한국인입니다.
니하오~
이민 초기 이곳의 전철인 C-train 을 타고 가는데 어느 동양인이 저한테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왠 걸 이게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중국어 입니다. 엉? 내가 중국인이라고 확신한 듯 거침없이 내뱉는 솰라 솰라 소리에 엄청 당황했죠. 옆에 다른 사람들도 참 많은데. 그리고 솔직히 중국어는 높낮이(성조)가 있어서 어쩔때 들으면 꼭 싸우는거 같잖아요. 이분들은 정상적인 대화중이지만.
항상 이렇게 대답해야 합니다.
I’m sorry. I don’t understand. Can you speak English? 미안 나 이해 못하는데 영어로 할래?
그러면 열에 아홉은 겸연쩍어 하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이날은 달랐습니다. 허 참. 계속 중국어로 얘기를 하는데 아, 이분은 중국어만 아는 중국분이구나! 정말 곤란했죠. 아마 객차에서 유일하게 중국인처럼 생긴 제게 무슨 도움이라도 요청한 걸까요?
하여튼 그분의 하소연?은 접수되지 못했고 저의 중국인스러운 모습은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나 봅니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항상 단정한 모습에 정장 또는 세미를 많이 입었던 터라 중국인 외모는 절대 아니었죠. 그런데 캐나다에 오니 모든게 변해 버렸습니다.
self-awareness 타인의 시선 의식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을 self-aware 라고 합니다. 대체로 캐나다인은 다들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요.
남들한테 피해만 안주면 되고 그 외에는 아예 무관심합니다. 만약 회사에서 동료에게 너 왜 그렇게 입었니? 라고 하면 이상한 취급 당해요. 내가 좋아 입은 옷이지 당신 좋으라고 입은게 아니란 거죠. 의례 예쁘다. 멋지다. 옷이 잘 어울린다.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좋네 라고 칭찬만 합니다.
경조사 부조도 없고 회사 회식은 더더욱 없어요. 다들 일 마치면 집에 가기 바빠요. 그리고 다들 자기 원하는 대로 입고 다닙니다.
이런데서 지내다 보니 너무 바쁘면 밥은 먹어도 세수는 생략합니다. 한국에서는 밥 대신 세수를 했죠. 면도도 1주에 한번 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패션을 완전히 무시하는 중국인과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엔 중국인 취급이 싫었는데 이젠 뭐 별 생각이 없어요. 그저 나를 같은 민족이라 여겨 반가워하는 구나. 낯을 안가리는 분이구나 생각하죠. 하지만 여기 한국 여성분들은 중국인으로 오해 받으면 상처 받으십니다. 한국인이 좀 예쁘긴 하잖아요? 그런데 중국여성과 헷갈려 하니… 자존심 문제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은 공적자기의식의 사람입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관심이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때 제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외모도 행동도 깔끔, 반듯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좋은 점도 많이 있지만 가끔 타인의 저에 대한 시선과 평가가 불편하고 또 실용적이진 않죠.
반면에 캐나다에서의 저는 사적자기의식이 더 강해져서 나의 생각, 감정, 동기 등에 더 관심이 많아 타인의 시선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나고 자란 다수의 캐나다인이 그러합니다. 대신 타인에 대한 예의는 지킵니다. 선을 넘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잘못하면 자기중심적이 되어 타인과의 화합에 문제가 됩니다.
무엇이 더 좋다는 차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제가 더 좋습니다. 더 자유롭고 더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인 중국인
위에서 제가 중국인한테 중국인 취급 받는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여기 중국인들이 별로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분들도 바르고 성실한 분들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인과 중국인이 여기서 받는 대접은 좀 다릅니다. 서구권에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나쁘다 보니 중국인의 비율이 높아도 사회적으로 그에 맞는 대접을 못 받는 듯 합니다. 하지만 한국인이 받는 대접은 달라졌습니다.
제가 이민 온 초기에는 한국인이라고 하면 어 넌 한국인이구나 라는 반응이었죠. 그저 외국인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죠.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큰 변화가 생겼고 특히 코로나 시기부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제가 코로나 백신 예약 전화를 하는데 수화기 너머의 간호사가 예외적으로 국적을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인이라 했더니 It’s nice! 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인인 건 내 노력으로 된 것도 아닌데 멋지다니! 이게 백신 예약에서 왜? 정말 중국인이 아니길 다행이다!
얼굴 알고 지내던 사람이 제가 한국인인줄 알게 되면 와서 그럽니다. ‘너 정말 한국인이야?’ 다시 보게 됐다는 거죠. 특히 여기에 필리핀인이 많은데 그들에게 한국인은 굿 프렌드입니다. 정서도 많이 비슷하죠.
멀고 먼 타향에서 소수 민족으로 사는 건 쉽지 않지만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대우를 받는게 너무 감사합니다. 한국에서는 못 느끼시겠지만 나와 보니 압니다. 한국의 위상을. 다행히 내 조국이 잘 나간다는게 감사할 따름이고 교민으로서 나라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한국에 계신분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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