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의 일상과 생각

멕시칸 버리도(Burrito) 그리고 인종의 모자이크

raysjan 2022. 7. 2. 16:26
버리도 : 고기, 야채를 소스에 볶아 토틸라에 쌈처럼 싸서 만든 멕시코 음식

버리도(Burrito), 한국에서는 부리또, 브리또 라고 알려져 있는 음식이죠. 제가 한국을 떠나올 때까지는 버리도를 모르고 살았는데 캐나다에 오니 무척 많은 버리로 음식점이 있습니다. 지금 네이버 검색을 해 보니 한국에도 꽤 많은 부리또 음식점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네요.

멕시코의 후안 멘데스 라는 사람이 당나귀로 이동하기 편하게 토티아(밀가루로 만든 만두피처럼 얇은 원형의 빵. 크기는 지름 20~30cm)에 음식을 싸서 다니다가 맛이 좋아 팔게 되었다는 유래가 있습니다.

제 딸이 버리도를 아주 좋아합니다. 얘는 고2를 마치고 이번 주부터 9월 5일까지 여름방학에 들어갔습니다. 무슨 방학이 2달이 넘나 싶은데요. 여기는 겨울 방학은 아주 짧습니다. 2~3주를 크리스마스와 함께 휴식하고 바로 학교에 복귀해서 1학기 마무리를 합니다. (1학기: 9월~1월, 2학기: 2월~6월) 2학기 중간에 잠깐씩 쉬는 주간이 있고요.

여기는 여름이 좋아 미친듯이 놉니다. 여름을 화끈하게 놀지 못하고 보내면 죄의식을 느끼죠.

딸은 barBurrito (바버리도)라는 음식점을 가장 좋아하고 그 다음에는 Mucho Burrito(무쵸 버리도), 그리고 어쩔 수 없을 때는 Taco Time(타코 타임)을 갑니다. 타코 타임이 가장 패스트푸드 느낌이고 가장 맛이 덜합니다. 저도 인정.

딸이 원한다면 아빠가 간다~~

우선 인터넷에서 엄선해서 소고기 버리도(Beef burrito) 만드는 법을 열공한 후에 해당 재료를 사다가 지난 달에 만들어 줬죠. 사실 별 기대도 안 하고 조리법 대로만 해서 맛도 안보고 가족들에게 대접을 했습니다. 저는 맛을 안 봅니다. 저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가족들은 맛이 싱겁거나 하면 전문 요리사도 아니면서 맛도 안 본다고 놀립니다. 제가 하는 요리는 짠 맛은 전혀 없어 다행입니다. 제가 짠 맛을 아주 싫어해서 조리법보다 소금을 적게 넣는 편이거든요.

여기 음식들은 한마디로 '단짠단짠' 입니다. 누가 더 달고 누가 더 짜게 만드는지 내기하는 것 같습니다. 한식도 사먹으면 현지화 입맛에 맞게 너무 달아서 다 못 먹고 나올 때도 있어요. 그리고는 다시는 안가죠. 짠 거는 왜 이리 좋아하는지. 과자부터 각종 음식까지 한국보다 짜게 팝니다. 그게 싫어서 제가 싱겁게 요리를 하는 것 같아요.

근데요~~ 버리도 무지 쉽습니다. 이게 왜 이리 인기가 많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특유의 소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 거부할 수 없는 맛이 있어요. 말로 설명하기는 힘이 듭니다.

가족의 반응은? 대~~박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말하길 barBurrito, Mucho Burrito에서 파는 버리로와 동일한 맛이라고~~ 야호~~

역시 잘 먹어 주니 오늘 간만에 3번째로 소고기 버리도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재료를 보면

🍏 토티아: 월마트에서 구입. 한국에서도 파네요. 온라인에서 확인. 직접 만드시면 귀찮습니다. 혹시 직접 만드신다면 밀가루에 베이킹 파우더, 소금 약간 넣고 밀가루의 8~10% 만큼 오일을 넣어 미지근한 물로 치대어 밀대로 동그랗게 밀어 후라이팬에 노릇하게 굽습니다. 지름 20~30cm

🍏 소스: 타코소스 또는 타코 시즈닝을 검색하시면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에 나옵니다. 오프라인은 확인해 보셔야 할 듯. 아마 있겠죠. 저는 집에 향신료가 많이 있어 확인해 보니 살 필요가 없어 직접 만들었습니다. 음~~ 만드는데 2~3분 걸렸습니다. 혹시 직접 만드실 분은 다음과 같이 해 보세요.

소고기 1kg 을 위한 소스 - 2 티스푼 양파 파우더, 2 티스푼 소금, 4티스푼 큐민, 4티스푼 파프리카, 반 티스푼 후추가루, 반티스푼 고추가루, 오레가노(다른 허브도 가능)

🍏 토마토 페이스트 - 스파게티용 토마토 소스를 4숟가락 넣었습니다.

🍏 양파(또는 적양파), 양배추 또는 양상추 (개인적으로 물이 덜 생기는 양배추 선호)

🍏 마늘 4~5 쪽

🍏 가루 치즈 (shredded cheese)

🍏 옥수수, 검정콩 (위 사진에는 없어요. 끓이는 중), 토마토(집에 없어서 이번에는 생략)

🍏 소고기 다진 것

자~ 그럼 버리도 시작!!

먼저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2~3분 볶아 줍니다.

여기에 다진 고기 넣고 익혀 줍니다. 연기 보이시죠? 냄새가 올라 옵니다.

소스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완성시켜 줍니다.

토티아 한쪽에 소고기 볶은것과 양배추, 옥수수, 검정콩, 치즈를 뿌려줍니다. 토마토를 썰어 넣어 주셔도 좋습니다.

버리도를 노릇하게 앞뒤로 구워 줍니다. 각 1분 정도면 충분해요.

딴짓하다가 태운 토티아. 토티아 버리고 안에 내용물은 새 토티아에 입주!

짜자잔~ 드디어 완성

반으로 잘라 플레인 요거트와 과카몰 소스에 찍어 먹어 보세요. 음~~ (과카몰 소스는 사는게 더 낫습니다. 처음엔 아보카도로 쉽게 만들었는데 맛은 좋아도 더 비싸요)

주스 한잔에 버리로 2~3조각이면 한끼 식사로 아주 좋습니다. 보기엔 작아 보여도 저거 꽤 커요. 아들은 4조각을 후딱 해치우고 운동하러 짐에 갔고 딸은 다이어트 한다며 한 조각. 아마 나중에 몰래 먹을 듯~~

토티아와 타코소스를 구입하면 나머지는 우리 주위에 흔히 있는 재료이니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왠지 멕시칸 기분도 느끼면서 한끼 하기에 너무 좋습니다.

타코 vs 버리도

버리도와 타코가 매우 유사한데 버리도는 토티아에 싸서 먹는데 크기가 큽니다. 한끼 식사용. 타코는 옥수수 쉘에 싸서 먹기에 크게 만들면 잘 찢어져서 작게 만들어 먹어요. 그래서 간식용.

사실 그게 그거죠.

저는 오늘 위 완성품(2조각)을 5 세트 만들어 먹었고 2세트가 더 있죠. 저 1세트 가격이 barBurrito 에서 $14 해요. (주스와 살구 빼고)

바버리도 가격 총 $98. 재료비는 $30~$35.

모자이크

캐나다는 인종의 모자이크라고 합니다.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라고 하고요. 용광로는 전부 다 녹여 하나로 만들죠. 특성이 없어지고 미국 문화로 고쳐집니다. 모자이크는 각자의 개성이 남아 있죠. 그리고 전체를 함께 만들어 가요.

장단점은 있습니다. 저는 모자이크가 더 좋아요. 각자 문화를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죠. 그래서 각 민족이 어울려 살면서도 각자의 문화가 잘 보존되고 있습니다.

식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민 초기 이민자 정착지원센터에 가서 점심을 먹는데 저는 김치를 싸 갔고 인디아 분들은 커리에 자파티를 싸 오고 캐네디언은 샐러드를 싸오네요. 저처럼 젓가락에 수저로 먹는 사람, 손을 깨끗이 씻고 손가락으로 먹는 사람, 포크로 먹는 사람...

처음만 이상하지 며칠 지나면 다 수긍이 갑니다.

각 민족의 인구가 많아지면 그들을 대표하는 음식점이 많아집니다. 그러면 다른 민족도 호기심에 먹어 보고 맛이 좋으면 단골이 되죠.

제가 김치를 싸가면 먹어 보겠다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리고 도시락에 김치를 싸오는 친구들도 있고요.

멕시칸 음식도 그래서 번성 중입니다. 맛도 좋고.

인종의 모자이크!

여기는 캐나다입니다.

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