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의 이민 기록

나의 이민기록(2): 도착. 월머, 세븐일레븐

raysjan 2022. 7. 2. 15:49
은혜

은혜를 아는 것을 사람이라 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연 나는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가? 이 세상을 살면서 참으로 많은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왔거늘 그 은혜에 보답한 거 보다 그러하지 못한게 더욱 많습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와 사랑을 이제야 깨닫게 되니 역시 인생은 회한의 연속인가 봅니다.

한국에서의 40년과 캐나다에서의 십여년을 지나며 제게 호의를 베푼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감사를 드리며 제 캐나다 기록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제가 캘거리에 정착한 지도 이제 어언 12년차(만 11년)입니다. 아들은 당시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직후였고 딸은 미취학이었죠.

2011년 9월 26일 저녁에 한국을 출발해서 9월 26일 낮에 캘거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다음날 갑자기 소름 끼치게 알게 된게 ‘아! 내 생일날 캐나다에 처음 도착했구나!’ 였죠.

그것도 정확히 만 40년을 한국에서 보내고 만 40년 1일째 밴쿠버 공항에서 이민국 직원을 만나 캐나다 영주권을 받았네요.

우스운 생각도 들었죠. ‘그럼 난 앞으로 캐나다에서 40년을 살고 죽는 건가? 아니면 또 다른 나라에 가서 다른 40년을? 음 그럼 120살 이건 아니지…’

도착하자마자 구선생님 댁에 머물렀습니다. 생면부지의 내게 선뜻 방을 내주시고 이미 대신 월세 아파트도 계약해 주셨고. 내게는 캐나다에서 작은 아버지같은 분이라 할 수 있죠. 초기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특히 정신적으로.

구선생님 두 아드님 도움으로 여기저기 다녔는데 먼저 레지스트리에 가서 운전면허증을 교환했습니다. 한국은 캐나다와 협정이 되어 있어서 한국 면허증을 캐나다 면허증으로 바로 바꿀 수 있죠. 이건 면허증 따는 노력과 시간을 제하고도 돈으로 환산하면 $500-$2000 의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시간으로는 최소 4년 1개월의 가치? 여기서 면허증 따 본 분은 아신답니다. 예를 들어 중국사람과 인도인이 굉장히 많은데 이분들은 처음부터 면허증을 따야 합니다. 필기시험을 합격하면 class 7 면허증을 주고 class 5 이상의 사람의 동승하에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2년 지나면 class 5 GDL 실기 시험을 볼 수 있죠. 떨어지면 일정기간 지나야 다시 응시를 할 수 있고 합격하면 드디어 혼자 운전이 가능합니다. 약간의 제한이 있으나 정식 면허와 큰 차이는 없죠. 그리고 다시 2년후 class 5 실기를 봐서 정식 class 5 면허가 나와요. 이런~~ 제 아들이 지금 GDL 이라 알게 되었죠. 그러니 덜컥 정식 class 5 를 받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때는 몰랐죠.

그리고 나서 차를 하나 사러 갔네요. Mini Van 인 7인승 Sienna 를 덜컥 사서 보험 가입하고. 이것저것 가구와 살림살이 사고.

월머

제가 캐나다 와서 다음날 밤에 쇼핑하러 Superstore 에 갔어요. 한국의 이마트라고 보시면 되요. 이마트가 훨씬 좋지만. 근데 사려는 게 없어서 두리번 거리는데 백인 여성이 도와줄까 묻더군요. 그랬더니 길 건너에 있는 월머로 가래요. 음 이름도 특이하네 하고 그분 손가락을 따라가 보니 월마트가 떡하니 있네요.

바로 직감했죠. 아~~ 여기 살기 참 힘들겠구나.

월마트의 마지막 t 발음을 거의 안해도 되죠. 이런 느낌이예요. 월머

Walmart taken by Amber D. / 제가 처음 방문한 월마트

 

저만 다시 한국에 돌아 가서 당시 다니던 직장을 정리해야 해서 저한테는 2주간의 시간 밖에 없어 부랴부랴 애들 데리고 학교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아들 수학 테스트를 하더니 얘는 3학년으로 가래요. 한국에서 1.5년 공부했고 영어는 abc 만 아는데… 딸은 1학년.

세븐일레븐

몇 년이 흘러 아들이 웃으며 하는 얘기가 자기는 집 근처 세븐 일레븐 간판을 보고 숫자 7 이 영어로 Eleven 이구나 했다면서.

옆동네 섬머셋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지나고 보니 참 대견하다 싶습니다. 이민이 예정되어 있어 영어는 abc 만 가르쳤는데. 애들은 무척 힘들었다고 합니다만 다행히 정말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영어라는 걸 극복했네요. 지금은 한국어 영어를 다 잘 쓰는데 영어가 더 편한가 봅니다. 단 한글 쓸 줄은 몰라서 아쉽네요.

제가 처음 느낀 캐나다는 이랬습니다. 깨끗함. 거대함. 아름다움. 그리고 두려움.

그래도 귀국하기 전에 뭔가는 구경하고 싶어 몇 군데 방문을 했습니다. 밴프, 레이크 루이스, 모레인 레이크, 그리고 캘러웨이 파크 등.. 그 때 그 멋진 감동은 정말 선명하게 잊혀지지 않네요.

두서 없는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 있으면 다음 회를 기다려 주세요~~

쉬눅팍 스쿨(Chinook Park school)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딸(2011년 10월)

 

 

모레인 호수(Moraine lake) / 2011년 9월